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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지강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0.03.06 15:04
  • 수정 2020.03.09 21:01

(영화저장소) 감기vs컨테이젼 우리는 어디에 가깝나

이번 개강호에서는 신종 바이러스와 관련된 영화 두 편을 준비했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컨테이젼과 김성수 감독의 감기’. 이 두 영화를 통해 같은 주제라도 감독이 누구인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늑장 대응으로 국민들이 죽기보단 과잉 대응으로 비난받는 게 낫죠.

항상 그렇듯 어떤 일이 발생하면 정부는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 영화 모두 알 수 없는 전염병의 창궐로 인해 당국은 혼란에 빠진다. '컨테이젼'에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박사가 그 책임을 수행한다. 해당 전염병에 관해 보고를 받은 그는 신속하게 국토안보부장을 만나고, 세계보건기구에 질병을 문의한 후 질병 역학조사관을 호출한다.

 

‘감속 책임자는 총리이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분당에서 최초로 발견된 전염병에 대한 정보가 의사를 통해 분당 국회의원한테 전해진다.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총리가 분당에 도착한다. 전염성의 빠른 확산을 우려한 의사가 분당 폐쇄를 주장하지만, 국회의원은 정치적 이권을 우려해 이를 반대한다. 그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또 다른 환자들이 죽어간다.

 

공포심이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겁니다.

각 당국은 이 심각한 사태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다. ‘컨테이젼속 당국은 우선 전염 증상이 발견된 학생이 다녔던 학교를 임시 폐교하고, 유사 증상 학생들의 등교를 제한한다. 같은 시간 질병 역학조사관은 발병 원인을 찾는 데 주력한다. 그녀는 최초 발병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 2차 감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감염자를 대비해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모색한다.

 

'감기' 속 당국의 상황은 이미 전염병이 퍼질 대로 퍼져 걷잡을 수 없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당국은 우선 분당을 격리하기로 한다. 그러고 난 후에야 총리는 전염병 창궐을 시민들에게 통보한다. 전국 각지의 마트는 식량과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사람들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감염자들은 수용시설에 격리된 채 군의 통제 속에 엄격하게 관리된다.

 

누구를 위한 항체인가?

수많은 희생 끝에 두 당국 모두 항체 발견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역시 다르게 묘사된다. '컨테이젼'에서 항체는 발견되자마자 임상시험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항체가 발견됐다고 해서 무조건 백신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57번의 실험 끝에 드디어 백신이 개발되고, 당국은 추첨을 통해 수량이 적은 백신의 주입 순서를 정하기로 한다. 이 장면은 흡사 로또 당첨을 호명하는 것처럼 연출된다.

 

반면 '감기'에서는 항체를 찾기까지의 과정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당국은 유일한 항체를 가진 소녀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이 긴박한 상황에 장애물이 등장한다. 분당 폐쇄에 찬성한 96%의 국민과 이에 동조하는 총리. 그리고 감염이 전 세계로 퍼질지 몰라 우려하는 미군까지. 결국, 감염자들에게 사격 발포 허락과 그들 머리 위로 폭격기까지 등장하는 헤프닝이 벌어진다. 이는 우리가 고군분투하며 싸우는 대상이 비단 신종 바이러스뿐인지 의문을 남긴 채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과연 우리의 모습은 어떤 영화와 닮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