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많고 많은 후기 중에 왜 정신과 후기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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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많고 많은 후기 중에 왜 정신과 후기는 없을까
  • 전선진 기자
  • 승인 2020.03.06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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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신 거면 반은 성공하신 거예요

얼마 전 흥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 중 산후우울증으로 마음을 앓던 주인공이 정신과에 상담을 받으러 가서 듣게 되는 말이다. 나의 가까운 지인도 실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간 날 들은 말이라고 했다.

정신과에 가는 것까지가 치료 성공의 절반이라면, 남은 반은 무엇일까? 환자의 개선 의지,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약물 처방과 지인들의 애정 어린 도움? 어느 것이 정답이라 말할 수 없겠지만 이 책에서는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또한 중요한 과정의 하나로 다룬다.

여기서 좋은 의사라 함은 유명하거나 많은 이력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수준 높은 학력을 가진 의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거나 주변 환경을 고려할 수 있는 의사가 그 의미와 가깝다. 이 책의 수많은 리뷰 중 어떤 의사를 만나고 싶은지 책을 읽으며 자신에 대입해보았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첫 아이를 난산했거든요. 너무 지치고 고통스러운데 저만 빼고 온 세상이 축제 분위기인 거예요.”

둘째를 낳고 용기를 얻어 처음 정신과에 간 저자는 정성껏 체크한 검사지를 고작 5분 만에 결과지로 돌려받는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채 약을 처방받아 진료실에서 쫓겨나듯 나온다. 더더구나 약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없이 언제까지 그렇게 남 탓만 할 것이냐.”고 이야기하는 의사를 보며 독자들은 황당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쇼핑몰처럼 별 하나를 준 리뷰가 있듯, 별 다섯 개짜리 리뷰도 있는 법. 최적의 의사이자 학원 친구 같은 세 번째 의사, 차분한 듯 무심한 다섯 번째 의사, 아이들 문제를 조언 해준 소아·청소년 전문의인 일곱 번째 의사 등 다양한 정신과 의사에 대한 솔직한 리뷰를 만날 수 있으리라.

 

심리 상담을 받는 게 좋을까, 약물치료를 받는 게 좋을까?”

실제로 정신과에 방문하면서 심리 상담을 기대하고 방문했는데, 약물치료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심리치료를 고민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약물치료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는데 약물치료를 받을지, 상담 치료를 받을지, 둘을 병행할지는 본인의 상황과 우울증의 정도에 맞게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다. 저자처럼 약물치료를 받을 수도 있고 나의 지인처럼 심리치료만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약물 치료는 세로토닌(신경전달물질) 부족을 우울증의 원인으로 봐서 약물을 통해 세로토닌 흡수를 억제해 우울감을 호전시키는 것이 목적이고, 심리 치료는 심리적인 원인과 내담자를 둘러싼 환경 등에서 원인을 찾아 교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목에도 쓰여 있듯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그 많은 후기가 쌓여 있는 웹 커뮤니티에도 정신과 후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도 이런 이유에서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런 의미로 보았을 때 이 책은 정신과에 방문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생긴 작은 이정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