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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지현 공공인재학부 교수
  • 칼럼
  • 입력 2019.11.30 06:41
  • 수정 2021.03.12 11:22

(교수칼럼) 전국교수노조 인제대 지회의 결성을 준비하며

▲박지현 공공인재학부 교수
▲박지현 공공인재학부 교수
전국교수노조 인제대 지회 준비위원장

교수들이 노조를 만든다. 누구보다 학생들의 축하와 환영을 받고 싶다. 사립대학에서 등록금 부담이 작지도 않은데 교수들이 노조를 만들어 임금인상 투쟁을 벌이면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좋게 보이지 않을 것도 같다.

그러나 교수도 엄연한 노동자이다. 배부르고 등따신 노동자도 분명 아니다. 학생 여러분은 잘 모르셨겠지만 전임 교수님들 중에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수라고, 박사학위를 하고 채용되었고 정규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정규적 교수님이지만 연간 3천만원대의 초임을 받으며 평생을 재직해도 3천만원 대를 벗어날 수 없는 만년 조교수인 교수님들이 있다. 정년트랙으로 임용 되고 싶으면 더 열심히 하라고 부추겨 수업시간도 두 배 가까이 많고 각종 잔무에 호출되곤 한다. 법에도 없는 편법적인 채용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제도지만 이런 열악한 지위의 비정년트랙제 임용이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유행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부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교육자들을 고강도의 착취와 불안의 칼날 위에 서도록 내몰지 않으려면 이것만은 꼭 막아야 한다.

그럼 정년트랙 교수들은 배 부르고 등 따시겠지 할 것이다. 정년트랙이란 정교수가 되면 정년이 보장될 것이기 때문에 정년이라는 말이 붙었지 실제로는 현재 정년 교수는 아니고 ‘정교수로 승진할 기회를 가지고 있는’ 교수들을 말한다. 이들도 약 20년 전 갑자기 호봉제 폐지를 당하고 나서부터 호봉이 없는 연봉제로 월급을 받는데, 매년 0~몇 퍼센트의 물가를 고려한 약간의 인상이 있을 뿐 처음 임용될 때 한번 산정된 호봉이 평생 올라가지 않도록 되어 있다. 공식 통계에서는 여러 다른 요인의 영향으로 왜곡되었지만, 실제로는 부울경 대학중 최하위권의 월급 수준에 있는 것이 인제대 교수들이다.

우리에게는 20년 넘도록 참아온 일이다. 교수들이 노동자의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을 기꺼이 맞이해 주시기를 부탁한다. 우리의 노동조건은 그대로 교육여건이다. 우리의 노동이 가르치는 일이고 가르치는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는 일도 교수들이 하는 것이므로 실제로 대학재정이 좋지 않다면 교수노조가 월급 올리는 일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국교수노조는 “전근대적인 대학지배구조를 개혁하고, 공공성을 지향하는 민주적이고 건설적인 대학운영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다(조합 강령 중 제일의 원칙).

재단은 대학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재단은 총장 등 임용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방법으로써만 대학에 관여할 수 있다. 학교 경영은 총장이 학칙에 따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재단은 ‘기여하되 지배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사학비리’라는 말을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것이다. 그런데 공립학교 비리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립학교, 사립대학이 세금과 등록금으로 운영하면서도 횡령이나 건설비리, 채용비리로 설립자나 이사장의 개인 주머니를 채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도 사학이고 재단이 지배하며 과거 전 이사장이 횡령으로 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는 등 비리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리 노조는 재단이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기여와 헌신을 다하는지 요구하고 감시할 것이다. 학생들의 소중한 등록금과 국민의 세금이 오롯이 교육에 지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제도적으로 사학을 건전하게 만들기위해 전국적으로 연대하여 싸우겠다. 수수방관하는 교육부를 제대로 일하도록 견제하고 격려하겠다.

사회에 나가면 대개 노동자가 될 학생들에게, 자신의 권리, 노동권을 위하여 스스로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