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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지강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9.11.28 21:45
  • 수정 2019.11.30 13:23

(영화저장소) 메기야 의심에 빠진 우리를 구해줘

영화 <메기>

〈플라이 투 더 스카이〉, 〈걸스온탑〉 등의 단편영화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이옥섭 감독의 첫 장편영화가 지난 9월 개봉했다. 영화 〈메기〉는 믿음에 관한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을 담은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 영화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을 지원했다.

이옥섭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영화에서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까지 4관왕을 달성하며 신인 장편 감독의 위엄을 보여줬다. 

 

마리아 사랑병원에 뿌려진 의심의 씨앗
한 장의 19금 엑스레이 사진

마리아 사랑병원 광장에 환자들이 몰려있다. 병실에 있어야 할 그들은 광장에 놓인 엑스레이 사진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토록 사람이 몰린 이유는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듯한 장면이 엑스레이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 하지만 사람들은 누가 엑스레이 속 남녀를 몰래 찍었지 보다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일지 더 궁금해 한다. 

이 병원에 간호사로 근무 중인 윤영(이주영 역)은 엑스레이 사진 속 주인공이 자신과 남자친구 성원(구교환 역)이라고 생각한다. 추문을 두려워한 윤영은 병원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사직서를 작성한다.

다음 날 병원 부원장 경진(문소리 역)은 윤영이 광장의 엑스레이 사진을 가져가는 걸 본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윤영이 범인이라고 단정짓는 경진. 윤영은 경진이 자신에게 사건을 부인하거나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음에 오기가 발동한다.

윤영은 그 다음날도 병원에 출근한다. 하지만 병원은 평소와 다르게 조용하다. 왜 직원들은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일까. 경진은 직원들 모두가 사진 속 당사자를 자신이라고 여기고 추문이 두려워 결근한 것이라 의심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윤영은 경진에게 ‘믿음 게임’을 제안한다.

 

믿음과 불신이 반복되는 현대인의 삶

윤영과 경진은 ‘믿음 게임’을 시작하기로 한다. 게임은 이렇다. 병원에 출근하지 않은 직원 중 한 명을 무작위로 골라 방문한다. 그가 정말 아파서 출근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성관계 엑스레이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약 전자라면 경진은 이제부터 사람을 무조건 믿기로 한다. 만약 후자라면 의심만 느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부원장의 의심과는 다르게 병원 직원은 정말 아파서 출근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의심보다는 믿음에 한 발짝 다가간다. 하지만 또 다른 의심의 벽이 윤영을 기다리고 있다.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로부터 성원이 자신을 폭행했다는 얘기를 직접 듣게 된다.  

믿음과 의심은 자신의 안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진짜일 수도 가짜일 수도 있다. 성원에 대한 윤영의 의심은 계속 증폭되어 성원이 자신을 살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고민을 하고 있는 윤영에게 경진은 성원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여자 때린 적 있어?” 윤영의 물음에 성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영화 〈메기〉는 병원의 직원을 믿지 못하는 경진, 전 여자친구를 폭행했을지도 모른다고 성원을 의심하는 윤영 그리고 잃어버린 반지를 동료가 훔쳤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성원 등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의심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 한 번 쯤은 타인을 의심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