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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효빈(인문학부·16)
  • 칼럼
  • 입력 2019.11.03 17:35
  • 수정 2021.03.12 11:24

(학생칼럼) 공간으로서의 지면

김효빈(인문학부·16) 문예동아리 ‘문아’ 회장
김효빈(인문학부·16) 문예동아리 ‘문아’ 회장

개교 40주년을 맞아 웹진으로 개편된 인제대신문사(미디어센터)의 11월 창간 지면에는 ‘인제문화상’을 담는다. 많은 대학의 문화행사는, 참가 학생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며 주최 측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제문화상’에도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표방한 만큼 인제대 학생만의 축제에서 지역 고등학생 부문이 신설되었다. 그리고 디지털 매체로의 전환은 제35회 인제문화상의 ‘만화’ 부문과 더불어 제36회의 ‘동영상’ 부문 신설로 이어진다.

소설 부문의 응모 양식 변경도 눈에 띈다. 기존의 단편소설(이상)의 분량을 요구하던 양식은 6,000자 내외로 축소되었다. ‘콩트conte’, ‘엽편소설’ 등으로 불리는 서사양식의 분량이다. ‘콩트’는 훌륭한 문학의 형식이며 근래 다시금 부상하였다.

독자들의 콘텐츠 소비 수단이 종이 매체에서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화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읽기 쉬운 짧은 글의 수요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를 비롯한 웹 소설의 1화분 연재 분량이 ‘콩트’의 분량과 엇비슷하다. ‘콩트’ 분량의 작품을 요구하는 공모전도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만일 짧은 분량이 창작의 부담을 덜고 이것을 계기 삼아 창작 의욕의 고취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인제문화상 응모 양식의 전환은 시대의 요구에 따른 발 빠른 대처로 평가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인제대신문’의 ‘웹진’화는 ‘캠퍼스타운 매체’로의 전환을 표방한다. 지역공동체와 연계를 통해 대학과 학생, 지역 간의 상생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는 인제대신문사(미디어센터)의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평가될 것이다. 그런데 ‘캠퍼스·타운 매체’라는 정체성의 혼재로부터 매체는 어떤 길을 나아갈 것인가? 종종 단일 학부가 융, 복합 학부로 통합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학문 간 긴밀한 교류라는 장점과 더불어 학부가 집중해야 할 학문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 만일 인제대신문사가 앞으로의 활동에 정당한 평가를 바란다면, 정체성에 대한 숙고는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종이라는 기성 매체에서 웹진으로의 전환은 시대의 요구에 따른 한편, 시대의 흐름에 지역매체는 정체성을 시험받아 왔다. 대한민국의 문학 매체는 80년대에 접어들며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을 필두로 한 중앙지의 폐간과 더불어 지역에서는 37종의 문예지가 창간되며 동인, 무크지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지평』과 『전망』을 말할 수 있다. 지역적 특색에 기인한 부산-경남지역의 문학 매체는 주류 서울-수도권 중앙 매체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성격을 지녔다. 그 이상으로 지역지는 지면을 통해 지역인재의 재능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지역지의 활동은 한국 문단의 독특한 ‘등단’ 제도에 대한 견제이기도 했다. 중앙의 제도 밖에서 이야기를 펼칠 지면과 공간의 존재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입지를 공고히 한 인물들을 배출하여 중앙 매체만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대학생의 재능이 지역 매체를 통해 발휘된다면, 이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인제문화상’과 같은 지면은 대학생에게 ‘재능을 꽃피울’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공간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홍보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금액으로 환원하기 어려운 학생의 노력과 작품에 대하여 학교 기관으로부터 뚜렷한 물질적 보상을 받는 것은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된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잠재력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때로는 대학생의 재능이 여느 전문가 못지않은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학생이기에 미숙함 역시 지닐 수 있다. 아직 꽃피지 않은 학생의 재능을, 교수님들을 비롯한 전문가가 진지하게 바라보고 비평하는 것은 금전적 보상 못지않은 격려가 된다. 만일 이번 ‘인제문화상’에서 창작의 부담이 가벼워진 새로운 응모 양식이 참여를 유도하는 것과 더불어 주류 문화권에 호소할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변별력까지 동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는 격려에서만 멎는 것이 아닌 작가를 배출하는 등용문으로서도 기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련의 덕목이 목적에 알맞게 기능할 때 얻어지는 성취다. 인제대신문사(미디어센터)가 어떤 정체성으로부터 출발하여 대학생과 지역사회에 기여할 것인지, 매체가 지닌 자원과 더불어 목적과 공존 가능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