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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지강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9.11.03 16:18
  • 수정 2019.11.05 09:55

(영화저장소) 조커의 삶, 가까이서 보실래요?

영화 <조커>가 지난달 2일(수) 국내에서 개봉했다. 코믹스 사상 최초로 3대 영화제(칸영화제,베를린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국내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조커>는 DC에서 일상적으로 선보였던 선하고 정의로운 히어로를 간판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지금까지 조커는 DC 코믹스의 대표 히어로인 배트맨에 대항하는 악역으로 등장해왔다. 특히 조커라고 한다면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를 가장 많이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감독 토드 필리스는 주변부였던 조커를 처음으로 중심부로 끌고 왔으며 영화를 통해 그가 바라보는 1981년 미국의 고담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관객들이 조커의 1인칭 시점을 공유하고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 관객을 동화시킨다. 관객은 정신질환자이며 동시에 코미디언을 꿈꾸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어떻게 조커가 되어가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정신질환의 가장 힘든 건 티내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고담시의 광대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꾼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가 설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되는 발작이 발생하면 주머니에서 양해를 바라는 글이 적힌 카드를 꺼내 주변 사람에게 건넨다. 사회는 아서의 정신질환에 호의적이지 않다. 그들은 사회적 지위나 권위에 맞게 그 역할을 수행하는 품격있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이에 반하게 되면 ‘실격당한’ 사람으로 치부된다. 아서는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지도 못하고 신체적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실격당한 사람으로 전락한다. 문제는 사회로부터 자신의 존엄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정신상담사마저 형식적인 질문만을 던질 뿐 그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는 아서를 깊은 사회의 구렁텅이로 몰아세운다.

 

“우리는 모두 광대다”

조커의 살인은 시위가 되고 폭동이 된다. 영화 밖에서는 이를 두고 사회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다크 나이트>가 상영된 2012년,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극장에서 영화 상영 중 갑자기 무차별 총격이 일어나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범인은 자신이 조커라고 주장했다. 미국 당국은 이러한 모방 범죄를 우려해 극장에 경찰들을 배치시켰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바도 주목해 볼 만하다. 아서 플렉은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망상증에 시달리는 홀어머니와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나마 자신을 지탱해주었던 코미디언이 되고자 했던 꿈도 쇼호스트 머레이 프랭클린이 멸시로 아서의 꿈은 짓밟히고 만다.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한 그는 친구에게 받은 총한 자루로 자신에게 무례했던 사람들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그런데 시민들은 이런 범죄자를 옹호한다.

시민들 역시 자신을 광대 취급하는 토마스 웨인과 영악한 사회구조에 반기를 들고 시위를 일으킨다. 하지만 시위가 일어나는 와중에도 극장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를 관람하는 부자들의 모습은 하나의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멀리서 보면 비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 소외된 민중의 삶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모르는 기득권층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