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전선진 기자
  • 대학
  • 입력 2019.11.03 15:49
  • 수정 2019.11.04 11:46

총장 취임 두 달, 때늦은 후보 검증 논란

선거 절차와 후보 검증을 둘러싼 반복되는 의혹 제기

지난달 22일(화) 본관과 늘빛관, 탐진관(D동) 입구에 총학생회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우리 학생들은 어른들의 일에 개입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구성원의 시시비비를 가릴 때가 아닙니다”, “힘을 합쳐야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대자보에서는 ‘누구’의 시시비비를 말하는 것인지, 왜 힘을 합쳐야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최제석 총학생회장은 “누군가를 편들기 위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대자보의 내용이 A 교수의 총장 선출 관련 문제 제기를 겨냥하고 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A 교수, 조건부 적격 판결 
‘정족수 위배’

A 교수는 ‘인제대학교 구성원 여러분들께’라는 제목의 교직원 전체 메일을 통해, 총장 선출과정에서 전민현 총장을 조건부 적격으로 처리한 것이 정족수에 위배되는 의결이며, 원천 무효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일부 데이터 중복 등 전민현 총장의 연구윤리위반 의혹을 7차에 걸친 메일을 통해 제기했다.

전민현 총장은 후보 시절 검증소위원회(이하 검증소위)에 제출한 논문들 중 일부 논문의 데이터 중복 게재 사실로 조건부 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총장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지난 8월 “입후보자 중 조건부 적격 판정을 받은 입후보자는 검증결과자료를 구성원에게 공개하는 것을 조건으로 후보자 자격을 드려서 공개발표회에 참가할 수 있는 것으로 결정하였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민현 총장은 당시 검증소위의 부적합 의견이 과반을 넘었지만 3분의 2를 넘지는 않음으로써 후보 부적격 판정을 면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총장후보 검증 결과를 ‘적격, 조건부 적격, 부적격’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선관위의 내부규칙을 근거로 삼아 피력했다. 선관위의 내부규칙 제6조 3항에 따르면, 특별히 정한 경우가 아니면 정족수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제20조(후보자 선출을 위한 의결)에는 제6조의 예외 사항으로 입후보자 확정에 대한 것은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번 총장 선출 과정에서 입후보자 확정 기준은 ‘적격’이 아니라 ‘부적격’이었다.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이 부적격 의견을 내야 ‘부적격’으로 처리되는 방식이다. A 교수는 ‘적격’이 아니라 ‘부적격’을 의결 기준으로 삼은 것을 총장 선출 절차상의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우 전 선거관리위원장은 “(의결기준을) 적격으로 할 경우 9명의 후보자 가운데 소수만이 입후보자가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밝히고, “이럴 경우 선거인단에 의한 투표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선관위의 판정에 의해 최종후보자가 결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였다는 입장을 전체 메일을 통해 알린 바 있다.  

이후에도 A 교수는 선거 절차상의 문제와 총장의 연구윤리위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전체 메일로 전달하였다. 

 

전민현 총장 대리인 법무법인
A 교수에게 ‘내용증명’ 발송

한편 A 교수는 전민현 총장의 대리인 법무법인으로부터 불법행위(명예훼손) 중단 요청과 관련된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전민현 총장은 법무법인을 통해 A 교수의 서신 중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는 대목을 정리해 A 교수에게 보냈다. 

이를 두고 교수평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모든 교수들에게 연구윤리를 요구하고 연구부정행위를 징계해야 할 총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부당한 일”이라며 평교수의 문제제기를 존중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민현 총장은 교직원 웹메일로 “우리 모두의 텃밭이자 생명인 대학의 명예가 실추되고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이 평가절하 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왜곡된 현상들이 지속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고심을 한 끝에 내용 증명을 보내게 된 것”이라며, “이의제기를 하신분이나 다른 분들께 상처와 마음의 부담을 주었다면 이 지면을 통해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총학생회장 “총장 부재 걱정”
B 교수 호소문 “위기는 우리 내부에”

일부 구성원들은 이러한 A 교수의 반복되는 메일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제석 총학생회장은 “또 다시 총장 부재를 겪게 되지는 않을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대자보를 썼다고 전했다. 대자보에는 “우리 대학은 오랜 기간 총장부재 사태를 겪으며 많은 혼란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감을 가진 채 지내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B 교수는 지난달 28일(월) ‘인제인 여러분께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전체 메일을 통해, “최근 한 달여 동안에 한 개인이 이메일로 일으키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이제는 몇 마디라도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입장에서 글을 적어 봅니다”라고 밝히고, “우리를 위협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외부적인 위기 상황이라기보다는 우리 내부에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리더십을 회복해야 하겠고 지난 어느 시기보다도 높은 협동심으로 이 시기를 지나가야 하겠습니다”는 호소를 덧붙였다.

선거가 끝나고 제8대 총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도 두 달이 지났지만, 선거 절차와 후보 검증을 둘러싼 의혹 제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재현되는 상황이다. 전민현 총장이 소통하는 총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 구성원간의 갈등과 반목을 원만하게 조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