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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전선진 기자
  • 대학
  • 입력 2019.10.01 09:26
  • 수정 2019.11.28 19:10

"우리 대학은 다시 일어나 뛸 것이다!"

(인제大담) ①전민현 제8대 총장 인터뷰

오래 잠겨있던 총장실이 새 주인을 맞이했다. 지난달 24일(화) 구성원의 축하 속에서 전민현 신임 총장의 취임식이 진행됐다.(관련기사 Click)

길었던 총장 공백 사태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그간 총장의 부재로 처리 못한 업무가 산적해있고, 대학을 둘러싼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떻게 현안들을 풀어갈지 전민현 총장을 만나물었다.

-편집자주

 

 

취임을 축하드린다. 총장실이 열린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두 차례의 총장 공백 이후 총장직을 맡으셨는데, 소회는?

본교에 온지 21년이 됐다. 지금까지 총장 선거에 나오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총장 공백 사태가 지속되면서 많은 일이 일어났다. 2주기 대학평가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았고 중요한 결정들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했다. 우리는 매번 시기를 놓쳤다.

우리 대학은 명문사학으로 갈 수 있는 요소가 많은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대학이 조만간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백낙환 전 이사장께서 교수초빙을 정말 투명하게 진행하셨고, 훌륭한 분들을 모셔주셨다. 그 자원이 그대로 있다. 다시 우리가 리더십을 회복하고 함께 가는 마음으로 노력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학생들도 많은 지지를 보내주었다. 구성원과 마음을 모아 일해달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총장 후보로 출마한 계기가 있는가?

지난해 2주기 대학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것에 이어 올해 4월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마저 탈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총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그동안 정말로 열심히 일해 왔다고 자부한다. 제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해왔다. 우리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대학이 이런저런 평가에서 탈락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이번 총장 선거를 준비하며 돌아본 우리 대학의 모습은 어떤가?

후보로서 가장 많이 아쉬웠던 것은 소통의 부족이다. 출마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장님들을 만나 봬는 일이었다. 학과장님들도 대부분 만났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이야기했고 정말 마음에 두고 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총장이건 총장후보건 찾아와서 이야기 들어 주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말씀하시는 교수님도 있었다. 우리 대학 구성원 사이의 소통이 이 정도로 안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를 비롯한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대학이 위기를 맞았다. 우리 대학이 위기상황에서 굳건히 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교육을 대대적으로 혁신할 것이다. 교육 혁신의 기본 방향은 서비스 러닝(Service Learning)이다. 교실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함께 참여하여 배울 수 있는 과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편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교육학 박사학위를 소지한 교육전문가를 모실 것이다. 컨설팅도 받을 예정이다. 컨설팅을 토대로 교수님들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교육 혁신에 착수할 것이다.

계획을 철저히 세워서 인공지능 플랫폼(AI Platform) 기반 대학을 만들 것이다. 컴퓨터 사이언스를 플랫폼으로 대학을 탈바꿈해 성공한 카네기멜론대학이 모델이다. 아직 어느 대학도 시도하고 있지 못하다. 전 학문 분야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전국 최초의 인공지능 플랫폼 기반 대학으로 우리 대학을 탈바꿈할 것이다.

 

입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올해 경쟁률이 소폭이나마 상승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전국적으로 올해 수험생 6만 명이 줄었는데도 조금이라도 상승한 것은 나쁜 의미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등학생이 봤을 때 "저 대학에 가면 할 게 있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일이다. "인제대학교에 가서 배우고 졸업하면 4년 뒤의 나도 잘 될 수 있겠구나"라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학문 분야들이 우리 대학에 있어야 한다.

교무처와 대학교육혁신원을 통해서 교육 프로그램 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학생들에게 융합 교육을 제공하려 한다. 이제는 융합이 대세다.

 

우리 대학의 중도탈락률을 억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중도 탈락률이 높아진 이유는 우리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이 시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외부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었는데 교육 프로그램이 따라가 주지 못했다. 교수님들도 충분한 노력을 못 하셨다. 노력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교수님들의 처우가 타 대학에 비해 좋지 못하다. 그러니 교수님들이 힘이 나겠는가. 교육 프로그램을 바꾸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면 학생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진로, 취업, 심리 상담을 강화할 것이다. 학생들 하나하나가 어려움을 겪을 때 원스톱 서비스로 상담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학생취업처에서 계획 중에 있다.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앞두고 있다. 자율개선대학으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3주기 대학평가를 대비하기 위한 TF팀을 만들었다. 기획처, 학부교육혁신원, i-LAC(리버럴아츠칼리지)이 한 팀을 이뤘다.

대학기본역량진단 2주기에서 자율개선대학에 탈락한 주요 원인은 컨트롤 타워의 부재였다. 거버넌스를 세우고 예산을 투입할 것이다. 그리고 컨설팅까지 받을 것이다.

또, 지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이다. 가장 어려운 지표는 취업률이다.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세워서 노력할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공약이 있다. 재임 중 500억 원 기금을 확보하겠다고 말씀한 바 있는데, 기금 마련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대외·산학협력부총장 직제를 신설할 것이다. 우리대학에는 교학부총장과 의무부총장이 있다. 숭실대의 경우 부총장이 4명이다. 경희대는 11명이다. 직제마다 전문화를 시켰다. 우리는 우리 대학 규모에 맞게 대외·산학협력부총장 직제를 신설해서 기금 확보와 산학협력을 비롯한 중요 업무를 맡길 것이다.

산학협력을 잘 해서 사업을 많이 가져오면 간접비를 학교로 전출해 쓸 수 있다. 대학도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카네기멜론대학을 비롯한 유수의 대학들은 등록금 의존율이 20% 남짓밖에 안 된다. 우리 대학은 60% 정도다. 정확한 수치로 공약하기는 어렵지만 500억 정도의 기금은 마련 할 수 있다.

 

대학이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중에도 ‘교육의 장’이라는 본질만큼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대학의 본질은 '학생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 행복하고 졸업하고 취업했을 때도 행복해야 한다. 늘빛관과 생활관을 비롯하여 교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스터디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친구들과 얘기하고 캠퍼스에서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 그러면서 자신의 미래를 알차게 준비했던 추억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총장으로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지난 몇 년간 취업을 위한 디딤돌로 평가받아 왔다. 대학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변화와 발전을 추진하지만 기초학문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지 우려된다.

i-LAC 대학을 만든 큰 이유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학문의 다양성을 보장하면서도 다른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자신의 전공을 이수하고도 사회에서 진출할 곳이 없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학문이 좋아도 굶을 수는 없다. 그런 학생을 위해서 필요한 게 융합 전공이다. 예를 들어 철학의 아이디어를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는 미디어 전공 등을 구상해볼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발 시대를 살아왔다. 개발 시대에는 하나의 전공만으로도 충분했다. 일자리가 워낙에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원래 전공도 이수하면서 융합전공이나 복합전공을 통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에 나가서 서바이벌 할 수 있게, 서바이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를 주도하는 학생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

 

학장 중심의 자율책임 경영을 실시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어느 범위까지 학장의 자율적인 역할을 인정할 것인가?

3주기 대학평가 때까지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완전한 자율 학장제가 되려면 선행되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일부 권한을 이전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우리 대학에는 학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있지 않았다. 학장은 상징적인 존재였다.

미국에 있는 대학들은 대부분 학장 중심 체제다. 학장이 교수들을 뽑을 수 있다. 학장이 교수들을 평가하고, 학장이 소속 교수들의 연봉도 결정한다. 인사권과 재정권을 학장이 쥐는 게 책임 학장제다.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우리 대학은 제도가 완비되어 있지 못하다. 시간을 가지고 추진하되, 우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자율권을 드리도록 할 것이다.

 

대형 강의실이 많아지고 강좌 수가 감소하고 있다. 교육의 질 저하와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

기획처와 30인 이하의 강의실을 늘리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대형 강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BNIT를 예로 들면 다섯 개의 학과에 공통으로 필요한 강의가 있다. 이를테면 생물학 같은 과목이다. 그렇다면 통합해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강의의 질을 높이고 플립러닝 등의 새로운 교수법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30인 이하의 강의실이 많이 필요하다. 대형화 할 과목들은 대형화하고 30인 이하 토론식 강의, 플립러닝 할 수 있는 강의실은 함께 늘려가는 방식으로 변화해야하지 않을까.

 

논문의 그림과 데이터 중복으로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연구윤리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제7대 총장에 이어 논란이 연속되는 것을 보고 연구윤리에 관한 객관적인 검증을 바라는 의견이 있다. 연구 윤리 위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계획인가?

2006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냈다. 그 사이에 연구교수(2007년 1월부터 근무)가 왔다. 문제가 되는 논문 5편은 이 기간동안 연구교수의 주도하에 작성된 논문들이다.

계약이 끝나면 떠나야하는 연구교수 신분이다보니, 어떻게든지 논문을 많이 쓰려고 했을 것이다. 같은 그림이 4편에 실렸다. 알지 못했고,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적도 없다. 교신저자는 집안의 가장과 같은 역할을 맡는다. 논문의 교신저자 혹은 공동저자로서 꼼꼼히 살피지 못한 가장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2007년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데이터 중복사용을 연구부정행위로 판단하는 시점은 정부와 학계 등의 여러 논의와 검토 과정을 통해 2015년 11월 6차 교육부 연구윤리지침 개정을 통해 명문화 됐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을 회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논문을 꼼꼼히 못 읽어본 책임이 나에게 있다.

지금까지 논문을 114편을 썼다. 그 기간 동안 그분과 함께 할 때 이외에는 연구윤리 위반 문제가 전혀 없다. 의도적으로 한 일이 아니고 할 수도 없다. 그랬다면 총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 도덕성에서 만큼은 자부심이 있다. 연구윤리 문제는 앞으로 더 엄격하게 할 것이다.

 

섬기는 리더십을 통해 구성원과 소통한다고 공약했다. 격의 없는 만남과 인제인 상호 소통의 장인 ‘만남의 광장’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본관 앞 풀밭을 정원으로 꾸며서 구성원과 소통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싶다. 학생들이 언제 만나고 싶다고 적어 놓으면 시간을 정해서 만날 생각이다. 학생들과 가능한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끝으로,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행복하고 즐거운 대학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경쟁력 있는 대학, 정말로 멋진 사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대학은 다시 일어나 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