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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전선진 기자
  • 기획
  • 입력 2019.09.10 17:31
  • 수정 2019.09.10 17:33

‘형형색색’ - 프롤로그

‘결혼’과 ‘결혼하지 않는 것’. 두 가지의 선택지를 고민하는 당신께.
‘동거’, ‘싱글라이프’, ‘비혼’, ‘사실혼’, ‘시민연대결합’, ‘결혼과 다른 것’, ‘결혼과 비슷한 것’, ‘결혼이지만 다른 시도 적인 것’ 등 개인의 삶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자 한다.

유럽 여행에서 만난 톰은 30대 후반의 공무원이었다. 톰은 6년 정도 만난 여자 친구가 있다고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췄는데 결혼할 생각은 없는 걸까.

“결혼 안 해요?”
톰은 이런 질문이 익숙한 지 체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동거 하고 있어.”
“결혼은요?”
“음……. 나는 이게 결혼이라 생각해. 굳이 제도적인 절차를 밟고 싶진 않아.”
“그래요? 부모님들은 뭐래요?”
“같이 사는 건 우리가 선택할 일이야.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 같은 거잖아? 나는 그건 좀 그래.”
“연락드리고, 명절에 찾아가고 그런 거요?”
“응. 내 여자 친구보고 그랬어. 우리엄마한테 연락하는 거 하지마라고. 그냥 지금은 이렇게 살고 싶어.”
 “그럼 나중에도 결혼은 안 하는 거예요?”
 “음, 글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하지 않을까? 웨딩 사진은 꼭 찍으려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톰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보기에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더군다나 결혼 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톰이 그런 말을 하니 더 낯설었다.

대게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면에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자녀 양육의 부담감 같은 현실적인 부분이 크다. 하지만 톰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더 근본적인 이유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 들어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결혼’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19 계약결혼 및 동거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40대 미혼남녀 10명 중 4명만이 결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삶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도도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는 삶을 이해하는 어른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도 증가했다.

반면 결혼제도에 대한 거부감은 컸다. 미혼자 대부분이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을 선택할 필요는 없고(75.2%), 앞으로 결혼제도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84.4%)이라는 인식을 내비쳤다. 이처럼 미혼자들은 향후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을 결심하게 되더라도 기존의 전형적인 결혼생활과는 다른 형태의 삶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결혼’과 ‘결혼하지 않는 것’

우리 사회에도 두 가지의 선택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거’, ‘싱글라이프’, ‘비혼’, ‘사실혼’, ‘시민연대결합’, ‘결혼과 다른 것’, ‘결혼과 비슷한 것’, ‘결혼이지만 다른 시도 적인 것’ 등 개인의 삶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다음 호에서는 본격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결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화는 프랑스의 문화와 ‘가장 자유로운 결혼’이라 불리는 팍스(PACS)를, 2화에서는 계약 결혼을 유지한 프랑스의 사상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마지막 3화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세 번의 결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