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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영우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 칼럼
  • 입력 2019.09.10 16:30
  • 수정 2021.03.12 11:27

(교수칼럼) 선관위원장 활동을 마치며

이번 방학에는 중국 대학에서 두 달간 체류할 계획이었다. 청탁받은 논문도 써야 하고 중국어도 공부하려면 대학 숙소를 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듯했다. 그렇게 하나씩 방학 준비를 진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총장선거관리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총장을 선출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일정한 직책을 맡아 그 일을 실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이런 일에 흥취가 없고 경험조차 없는 나로서는 피하고 싶은 자리였다. 하지만 피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했고, 누군가는 봉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결국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총장선거관리위원회는 13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선관위의 역할은 후보자를 검증하여 부적격 후보자를 판정하고 선거인단 선거와 최종후보자 선거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후보자의 공개발표회의 진행도 선관위의 몫이었다. 입후보자 9인에 대한 검증과 심사, 선거인단 63명의 선정과 최종후보자 선출이라는, 해야 할 업무는 분명했지만 해야 할 일들 하나하나가 결코 녹록하지 않은 일이었다. 당장, 논문을 검증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걸러진 논문들을 일일이 찾아 확인하는 작업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선관위의 역할과 범위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새롭게 규정을 만들면서 일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선관위가 후보자의 부적격 여부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선거인단 선출과정에서 선관위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어느 것 하나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관위원들은 선거의 공정성, 민주성, 투명성이라는 원칙을 실현하고자 애썼고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여 합당한 역할을 해주었다. 

선관위원장으로 활동하기 이전 나에게 선거는 승리를 위한 치열한 다툼과 음모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전경(前景)이었다. 하지만 선거를 진행하면서, 선거는 그동안 잊고 돌아보지 못했던 학내 구성원들의 어려움, 불만, 꿈 등을 듣는 기회이면서, 내가 속한 공동체와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해 새롭게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물질적 정신적 비용이 많이 소모되기도 하지만 선거는 공동체를 새롭게 탈바꿈 하게 하고 더 나은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축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학내 구성원들은 100여건이 넘는 후보자 공개 질의를 보내주었고, 후보자들은 학교의 위기를 타개할 구체적 방안들을 고민하여 시간 안에 담아 발표를 하고 거기에 답해 주었다. 

이제 선거는 끝나고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선관위 활동을 통해 애교심도 조금은 커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학교를 위해 애써주시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긴박하게 결정한 전자투표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해 준 디지털 정보원의 직원 여러분, 주말을 반납하고 최선을 다해준 검증위원들, 바쁜 진료를 마치고 개금에서 김해까지 달려와 힘이 되어 주셨던 교수님들, 서울과 김해를 오가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재단 직원들 모두 이번 선거를 무사히 치룰 수 있게 애써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위원장이 불민한 탓에 학생들의 의견을 좀 더 일찍 듣지 못한 점은 아쉬움과 함께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어려운 시기에 인제학원의 선장을 맡게 되신 새 총장님의 순항을 기원한다. ‘사랑의 덕〔仁〕’으로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우리 앞에 닥친 험난한 파도를 무난히 건너기〔濟〕를 힘차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