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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교욱 통일학부 교수
  • 칼럼
  • 입력 2019.06.24 18:15
  • 수정 2021.03.12 11:29

[교수칼럼] 새로운 한반도 시대와 대학의 역할

▲ 황교욱 통일학부 교수
▲ 황교욱 통일학부 교수

한반도의 봄은 올까? 자연의 계절은 녹음이 짙어가고 교실을 비추는 햇살이 더욱 눈부신 완연한 봄날이건만, 70여 년간 얼어붙은 동토의 한반도는 쉽사리 봄을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전쟁과 냉전과 증오와 대립이 긴 세월동안 켜켜이 쌓이고 쌓여 차갑게 굳어져 버린 중층적 분단체제가 그렇게 쉽게 녹아내리길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증오의 시간만큼이나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이 축적되어야 평화로운 한반도, 우리가 그동안 살아보지 못한 그 새로운 계절이 찾아올 것이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이다. 35년 동안 일제의 강점과 폭압을 극복하고 1945년 해방을 맞았지만, 한반도의 허리가 잘린 상태에서 “홀로서 일어선다”는 말 그대로의 진정한 독립(獨立)을 이루었는가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허리가 끊어졌는데 어떻게 자립할 수 있단 말인가?

한반도는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남북을 분할하는 3·8선이 그어졌고, 1953년 7월 참혹했던 한국전쟁의 포연이 사라진 자리에 군사분계선(휴전선)이 새로 생겨났다. 한반도를 동서로 가른 248km의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폭 4km의 긴 띠 모양의 비무장지대(DMZ)도 만들어졌다. 해방 후 한반도를 분단시킨 선이 전쟁 후 사실상 면으로 변해버렸다. 비무장지대는 그동안 ‘중무장지대’가 되어버렸고, 남과 북 서로가 주고받은 수많은 위협, 상처, 증오의 칼날들이 잔뜩 박힌 상호불신의 장벽이 되어 높아만 갔다.         

한반도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이 ‘중무장지대’가 작년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1일 0시부로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가 전면 중지되었고, 비무장지대 내 남북의 GP를 시범적으로 폭파 또는 철수했으며, 2019년부터 격전지였던 철원 화살머리 고지에 묻혀있는 군인 유해들을 공동으로 발굴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기적처럼 찾아온 남북관계의 해빙 국면 때문이다.

2018년 4월 27일과 5월 26일 판문점에서, 9월 18일~20일 평양에서 총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프로세스가 가동하기 시작했다. 2018년 6월 12일에는 역사상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선순환 발전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9·19 남북 군사합의’가 분열과 갈등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서서히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은 세상이 혼란과 현혹에 휩쓸리더라도 마지막까지 진리를 밝히는 지식의 보루이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일은 분단시대, 분단국가라는 시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대학이 방기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인제대학교는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이다. 인제대학교는 2001년에 전국 최초로 통일학부를 신설해 18년째 운영 중에 있다. 그동안 통일학사를 취득한 졸업생 154명을 배출하였다. 2008년부터 대학원 통일학 석사과정, 2011년부터 박사과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통일부에서 대학 통일교육을 중점적으로 육성·지원하는 ‘통일교육 선도대학’에 선정되어 앞으로 4년 동안 통일교육 거점대학의 모델을 구축해 나갈 예정에 있다. 

올해는 인제대학교 창립 4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인덕제세(仁德濟世), 인술제세(仁術濟世)라는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평화·통일의 새로운 한반도를 구하 는 미래지향적 통일교육, 창의적 통일인재를 만들어 나가는 도전과 비전을 다함께 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