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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동욱 기자
  • 대학
  • 입력 2019.06.24 17:25

천민자본주의가 불러온 파급효과

현대 배금주의, 천민자본주의로 인한 현상
프로테스탄트의 ‘합리성’을 강구해야 해

지난해 11월 말 서울 강남에 위치한 버닝썬에서 클럽 요원들이 손님인 김상교씨 상대로 집단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김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도 폭행을 당해 해당 내용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로했지만 당시 커뮤니티에서는 “양측 의견을 듣고 사건을 판단 해야한다”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을 시작으로 해당 사건이 조금씩 수면위로 올라왔다.

지난 1월 말, 국내방송사에서 김씨가 클럽요원 및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영상을 보도했다. 이후 사건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쏠렸으며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과 버닝썬 간의 관계를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 하루만에 20만 명을 돌파했다.  

 

타락한 자본가의 민낯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후 클럽과 경찰 및 기관 간의 모종의 유착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월)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불법적 영업과 범죄 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해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라며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지난달 29일(금) 조선일보에서 유흥업소와 정치권의 유착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씨가 세금 162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지난 26일(화) 구속됐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지난 3일(수) KBS에서 강모씨가 탈세과정에서 전 세무처장에게 8천만 원의 성공보수금을 준 것을 단독보도하며 개인과 기관과 유착관계는 결국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공권력을 등에 업고 거대한 자본의 중심에서 ‘돈’으로 보이지 않는 권력을 쟁취했으며 이는 타락한 자본가들의 현실을 그대로 비춘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성범죄로 악용되는 약물

또한 클럽은 조직적으로 직원 및 손님들에게 마약을 유통시켰다. 일부 남성 손님들은 일명 물뽕이라고 불리는 마약인 GHB를 이용해 여성 손님들 상대로 강간 범죄를 저질렀다.

GHB는 마약을 복용할 때 약물을 액체에 타 마시기 때문에 물뽕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GHB를 알콜류에 타서 마시면 10~15분 뒤 몸이 이완되고 기억을 잃거나 심하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24시간 내로 마약 성분이 사라져 약물 복용에 대한 증거를 찾기 힘들어 데이트 시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강남 클럽을 잠입취재 해 자신의 소설 ‘메이드 인 강남’ 쓴 주원규 작가는 “최근 논란이 된 GHB는 어느 정도 네트워크를 가진 손님들은 거의 다 사용했고,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심각한 수준의 마약을 사용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이에 지난 3일(수)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마약 등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와 관련,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천민자본주의

독일 출신 경제학자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를 처음으로 비판했다. 마르크스는 ‘물신숭배’라는 용어를 통해 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나 화폐가 고유한 힘을 가지고 결국 인간을 지배하며 물질적 대상이 결국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황금만능주의 혹은 물질만능주의로 인한 배금주의 사회를 비판하며 이를 천민자본주의라고 칭했다. 천민자본주의는 베버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전근대 사회에 있었던 비합리적이고 폐쇄적인 자본주의를 뜻한다.

베버는 자신의 논문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근대 자본주의의 특징을 “엄격한 계산에 토대를 둔 합리성과 경제적 성공에 대한 예측 및 조심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인이 시장에 판매되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프로테스탄트는 직업을 통해 이윤을 획득하고 분배하는 과정은 개인의 물질적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수단이 아니며 금욕주의를 통한 ‘합리적 자본주의’를 추구했다. 베버는 이런 근대 프로테스탄트들의 생활양식을 통해 근대의 합리성을 정립했다.

그러나 당시 유대인들은 프로테스탄트와 반대로 상업과 고리대금업과 같은 금융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때문에 베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근대 자본주의의 합리성을 저해하는 ‘천민자본주의’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프로테스탄트와 자본주의 정신’을 번역한 김상희씨는 현대사회에서 ‘합리적 자본주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우리 사회는 온갖 투기와 정경유착, 탈세, 소수 부유층의 과소비 등 천민자본주의적인 경제 행태가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베버가 말하는 합리적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며 독자들에게 본인의 의견을 전했다.

실제 최근 이슈가 된 사건들을 되짚어보면 ‘돈’의 부정적인 흐름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으며 베버가 말하는 합리적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