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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진희관 통일학과 교수
  • 칼럼
  • 입력 2019.06.24 16:49
  • 수정 2021.03.12 11:32

[교수칼럼] 통일부장관 후보자 김연철 교수에게 바란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보이리라.” 지난해 발간된 김연철 교수의 저서 『70년의 대화』 서문에서 눈에 띠는 문장이다. 그는 이 책에서 남북관계의 역사적 접근과 능동적, 포괄적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설파하였다. 참으로 남북관계 70년을 관통하면서도 무게감 느껴지는 표현이라 생각되었다.

매우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학자였고, 10여년을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되었지만 김 교수의 저서를 읽을 때마다 놀라움의 크기는 경신되어왔다. 10년 전 출판된 『냉전의 추억』도 대단한 역작이었다. 그의 책은 지식만으로, 경험만으로, 정보만으로 쓰여진 책과는 매우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한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작곡자, 지휘자와 같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악기를 잘 연주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모든 악기의 조화를 만들어 내는 지휘자의 반열에 있는 손에 꼽히는 지혜로운 학자임이 틀림없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수년 전 야당 대표시절 당시 추석에 양산 본가에서 읽으신 책 중의 한 권이 김교수의 『협상의 전략』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 보신 분은 그럴만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김교수의 저서 한 권을 읽어보면 그의 통찰력의 깊이와 남북관계에 대한 지혜를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김 교수의 역량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자리가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부서인 통일부 수장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 과거 통일부장관이자 NSC 상임의장의 정책보좌관을 경험하면서 ‘9.19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주도적으로 참여하였고, 이후에도 다양한 중앙 정책의 보좌 역할을 통해 많은 기여를 해 온 인물이다. 

김 교수가 통일부장관이 되는 것을 염려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너무 잘할까봐서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는 남북관계가 너무 잘 풀려서 한반도의 평화가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김 교수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그가 그동안 해왔던 것을 더 힘차게 해나가시라는 부탁이다. 그가 이러한 일을 해나가는 목표는 이 문장에 담겨있을 것 같다. “평화가 땅이라면 경제는 그 땅 위에서 피는 꽃이다.” 바로 평화는 곧 경제라는 화두의 해설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두 개의 코리아가 더 많이 접촉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말대로 실천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의 철학과 지혜를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의 호흡이 중요하다. 먼저 통일부 내부 역량들의 통일의지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오랜 기간 남북 사이의 반목과 대립의 시기를 거쳐온 관료들이 새로운 시대를 수용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장관으로서의 개인이 아닌 조직의 수장인 만큼 조직 내 구성원들과 호흡을 잘 맞춰나가는 역량도 발휘해주시길 기대한다.

또한 관계 부처와의 호흡도 매우 중요하다. 외교안보 부처와 같이 기성관념과 시스템에 익숙한 조직의 변화는 매우 어려운 일인만큼 협력적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청와대 회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혜안들이 거침 없이 제기되고 원활히 협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중요할 것이다. 

장관 혼자서 모두 해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에 같이 갈 수 있는 많은 조력자들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과욕일지 모르나, 남북관계가 잘 되어서 한반도 평화가 경제발전으로 이어져 우리의 제자들이 일자리 걱정을 덜하는 세상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주시라 부탁하고 싶다. 

수년 후, 세월이 지나서 김교수가 ‘냉전의 추억’이 아닌 ‘평화의 추억’이라는 역저를 내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