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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안태선 기자
  • 대학
  • 입력 2019.06.24 16:36
  • 수정 2019.06.24 16:38

관습 뒤에 가려진 아동학대, 여성할례

여성인권 아닌 ‘인권’의 시각으로 봐야
생존자 레일라 후세인 “전통문화 아닌 아동학대”

세간에서는 여성인권이 충분히 신장되었기 때문에, 페미니즘이란 것이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여성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다. 인도의 결혼풍습이 있고 여성인권 역시 그렇다.

여성인권의 신장에서 중요시 되어야 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부분이 아닌 ‘인권’이라는 부분이다. 아직 지구촌에는 보호받지 못하고 소외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이자 ‘인격자’가 남아있다. 여성할례는 그 중에서도 가장 끔찍하다고 할 수 있는 사례일 것이다.

여성할례(FGM·Female Genital Multilation)란 여성의 성욕을 억제시키겠다는 논리 하에 여성의 성기에 칼을 대는 시술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흔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할례를 받지 않은 여성이 결혼하지 못하는 것이 관습으로 굳어지기 까지 했다.

특히 이집트, 케냐, 에티오피아 등의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고 할례시술과정에서 여아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마취 합병증, 과다출혈 등이 그 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와 같은 풍습이 아프리카와 중동의 28개국에서 행해지며 소말리아는 전체 여성의 99%, 에티오피아는 98%, 지부티는 98%, 이집트는 60% 이상의 여성이 할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FGM의 생존자인 소말리아계 영국인 레일라 후세인은 “FGM은 전통문화가 아닌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녀는 시술을 받던 날을 회상했다. FGM에 대한 설명을 듣던 어린 그녀는 ‘엄마가 누구도 그녀 자신의 몸을 만지게 하지 말라’고 말했던 것과 상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른 집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여동생의 비명이었다. 7살의 그녀는 도망갔지만 곧 잡혀왔고 테이블에 눕혀졌다. 비명을 지르면서 신체가 절단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때의 경험이 “가장 끔찍한 형태의 학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동시에 자신을 시술했던 의사를 ‘의사’라는 이름의 ‘소아성애자’라고도 말했다. FGM이 세계적으로 규제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녀는 ‘이와 같은 행위가 흑인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할례 철폐를 위해 싸우는 또 다른 이는 소말리아 유목민 출신의 ‘와리스 디리’이다.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5세 때 끔찍한 여성할례를 경험했고 그녀의 친언니와 사촌 언니는 할례 후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심지어 13살 때는 낙타 다섯 마리에 60대 노인에게 자신을 팔아버린 아버지를 피해 도망치기까지 했다.

그녀는 상처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모델로 활동하던 도중 1997년 할례 피해자임을 밝히고 ‘사막의 꽃’이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발표하며 ‘여성 할례’의 진실을 세상에 폭로한다. 또한‘아프리카의 인권과 개발’을 중심으로 개최된 제3회 선학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할례 피해자들에게 성기 재건 수술과 심리치료,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사막의 꽃 센터’ 설립, 아프리카 아동들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프로젝트 등이 주요 공적으로 인정되었다.

와리스 디리는 “여성에게 어려서부터 칼질을 하고 평생 불구자로 살게 내버려두는 일이 없다면 여성은 정말 많은 일을 해내지 않겠는가”라며 여성할례 근절의 의지를 표현했다.

정부·종교 단체 및 민간기구들의 반대에 힘입어 여성할례가 억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케냐 정부는 FGM 비율을 40%까지 감소시킬 계획으로 440만 달러에 달하는 국책사업에 착수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성범죄 특별법을 포함한 엄중한 법률적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집트 최고법정은 “코란에는 여성할례를 허락하는 어떠한 문구도 없으며 예언자 무하마드의 계도와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에도 여성할례를 해야 한다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고 밝혔다.

앨리스 워커 저서의 ‘기쁨의 비밀을 간직하며’는 허구의 아프리카 소녀 타쉬가 할례라는 여성 탄압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이다. 여성학 연구 논문인 ‘민족 전통으로서의 여성 할례와 성적 억압’에서는 위 저서를 바탕으로 FGM에 저항하는 사상인 ‘우머니즘’에 대해 서술하였다.

이러한 ‘우머니즘’ 정신은 “흑인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분리주의에 빠질 수 있는 한계를 갖는다”는 자성적 판단에서 나왔다. 우머니즘은 기본적으로 모든 억압에 대하여 저항하고자 하는 것이며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의 재생을 추구한다.

이는 인도주의를 기반으로 하며 억압받는 사람들의 승리와 재생을 목표로 한다. FGM이 근절되어야 하는 이유는 ‘흑인 페미니즘’의 사상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인간의 자유가 억압되고 존엄성이 짓밟히는 행위를 거부하고자 하는 ‘우머니즘’이 기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