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인제대신문
  • 사설
  • 입력 2019.06.24 15:44
  • 수정 2021.03.12 11:33

[사설] 지금이 바로 애교심을 발휘할 때이다!

우리 대학의 위기는 벼락처럼 닥쳐왔다. 전국 대학들 가운데 최대 규모의 사업비를 확보하며 당당히 프라임사업에 선정되었을 때 대학에는 환호성이 울렸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거졌던 갈등과 비판의 목소리는 환호성에 묻혔다. 하지만 그 환호성의 메아리가 채 잦아들기도 전인 지난해 우리 대학은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역량강화대학’이라는 평가를 통보받았다. 언론들에서조차 의외라고 보도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비슷한 시기에 전임 총장의 임기가 종료되고 신임 총장 선출을 위한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배움터이자 일터를 한순간에 위기로 내몬 최악의 평가 결과에 대해 그 누구로부터의 책임 있는 설명도, 통절한 반성도 끝내 들을 수 없었다. 총장 선출 과정조차 순조롭지 못했다. 합의된 절차에 따라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선출된 후보를 이사회가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총장의 공백 사태는 한 학기 넘게 지속되었다. 대학의 내일을 대비해야 할 귀중한 시간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흘려보내고 총장천거위원회의 예비 추천 절차를 추가하고 2차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재추천을 받는 우여곡절을 겪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제7대 김성수 총장이 임명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위기들조차 아직 본진이 아닌 전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어제까지의 대학은 더 이상 내일의 대학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진학률 하락, 대학 구조조정과 대학혁신지원사업 신청, 학교 재정 건전화와 강사법 안정화 등 산적한 현안들로 대학에 닥쳐올 본진은 올해부터 비로소 시작이다. 총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연구 윤리와 관련된 논란은 여태 계속되고 있다.진정한 위기는 늘 외부 위협이 아니라 내부 갈등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가 함께 마셔야 할 우물에 침을 뱉는 대안 없는 비방 속에서 애정 어린 비판을 가려들을 수 있는 지혜, 예견된 위기를 막아내지 못한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의 자기 방어로부터 학교의 내일을 준비하는 용기 있는 행동을 가려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애교심이 절실하다. 

크고 작은 위기의 순간들이 있다. 나라에 닥쳐온 위기의 순간들마다 애국심으로 단결하여 위기를 극복하자고 외쳐왔다. 옳은 말이다. 나라 사랑의 마음 없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애국심은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다는 화수분이 아니다. 애국심은 아껴두었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써야하는 유한한 자원이다. 애교심도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의 배움터이자 일터를 지켜낼 소중하지만 유한한 자원인 애교심. 지금이 바로 애교심을 발휘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