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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안태선 기자
  • 대학
  • 입력 2019.06.24 14:52
  • 수정 2019.06.25 14:35

열심히 일하는 '질병', 번아웃 증후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우울한 건 아닌데 의욕이 없어요"
"왜 일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저는 우울증인가요?"

무슨 일에 있어서든 초심을 지키기란 어려운 법이다. 과도한 업무도 부담이지만 문득 자신 의 열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 실을 깨닫는 것은 신입사원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 이 자신을 이렇게 지치게 했는지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어제 팀장님께 혼나서 그런가?’, ‘요즘 주변에 달라진 게 있나?’ 고민해봤지만 이상하리만치 달라 진 게 없었다. 그런데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해지고, 짜증이 솟구치고, 불안해졌다. 신입사원은 고민을 계속하면서 도 여전히 하루 12시간씩 성실 하게 일하고 있었다. 그 자신만 모르는 채 번아웃 증후군이 천 천히 진행되고 있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번아웃 증후군의 사전적 정의는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기력이 소진되고 무기력증이나 우울증 등에 빠지는 현상을 이른다. 소진 증후군 혹은 탈진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 박사가 한 간호사를 치료하던 도중 처음으로 사용한 심리학 용어이다.

 

번아웃 증후군의 원인

일중독은 번아웃 증후군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2052시간으로 1707시간 일하는 OECD 평균과 180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미국과 일본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가히 일 중독자들의 나라라고 부를 만하다. 한국 인사 관리학회의 한광현 전주대학교 교수는 일중독이 개인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연구하였는데 일 중독자들을 강박적인 성향과 성취 지향적 성향으로 구분해 정의했다. 도가 지나칠 경우 사직이나 이직 등을 고려할 것이 다.

한국형 번아웃 증후군 형성 과정 및 대처방안에 관한 근거 이론적 접근’(인하대학교 교육 연구소.2018)에 따르면 다양한 요소가 번아웃 증후군 경험을 시작하는 데에 관여한다. 인과적으로는 가사와 직업 병행, 개인 적 스트레스와 같은 개인적 환경과 직무자율성 부족 등의 외부환경·직무환경이 관여한다.

상황적으로는 문제를 유발시키는 특수한 조건의 집합이 관여하여 우리나라의 독특한 조직문화, 국가차원의 문제점 등이 있다. 독특한 조직문화로는 직무에 대한 비관적 전망, 비효율적 인 업무처리와 같은 사항이 관여한다.

중심현상이란 번아웃 증후군 의 형성에 따른 체험 사건들이 다. 개인적 부정적 정서, 직무상 부정적 행태 등이 있다. 하위범주로는 분노, 불안, 부담감, 허망 함, 죄책감, 스트레스 등이 있다. 또한 소극적 업무추진과 불필요 한 성과에 집착하는 것 역시 중심현상의 예이다.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으로는 쉽게 피로를 느끼며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때 완전히 지친 상태 가 된다. 또한 자신의 업무에 관 한 관심도와 자신의 기여도에 대해서 냉소적이며, 업무와 직접 연관되어 있지 않더라도 우울감 을 느끼게 된다. 평소와는 달리 예민해지게 되어 짜증과 불만이 많아지고 화를 참기 힘들어지게 되는 등 감정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혼자 지내는 시간 이 많아지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게 되는 등 대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성 적인 피로와 두통, 소화불량, 성욕감퇴 등 신체적으로 두드러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게 되어 과도한 열정을 불태우는 경향의 직장인은 이러한 증상이 더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번 아웃 증후군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악화하여 가는 데 우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열정을 다하며 지인과 가족, 직장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으려 한다. 이 경우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단계에서 과도 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 번아웃 증후군의 첫 번째 단계가 된다.

이렇듯 일중독에 빠진 이들 은 대부분의 시간을 대인관계와 여가생활이 아닌 업무에 투자하게 되며 피로가 누적되고 예민해지는 자신의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과 멀어졌다는 사실에도 감정적으로 냉담해지게 되며 작 은 갈등에도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후에는 타인에게 향했던 냉담함이 자기 자신에게 향해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자신을 그 저 일을 하기 위한 존재로 여 기며 직장생활과 자기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술이나 약물, 도박 등에 몰두하며 비정상적인 행동에 중독될 가능성이 있으며 방어적인 태세로 돌변해 대인관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열정 많았던 직장인이 신체적, 감정적으로 무너져 내리게 되는 것이다.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번아웃 증후군, 대처방안은 휴식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혼자 고민하지 않고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으며, 정해진 업무 시간 외에는 퇴 근 후에 집에서 일하지 않을 것 이 권장된다. 또한 운동과 여가 생활을 즐기는 등의 능동적인 휴식이 도움이 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성취 지향적으로 업무에 몰두하는 이들도 있으나, 반강제적인 야근이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고통을 겪는 이들 역시 있을 것이다. 201871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휴식 시 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주 52시 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기존 68 시간에서 16시간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52시간 근무제의 핵심 쟁점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일부 로 법제화한 것이다. 기존 1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에 연장 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이 더해져 근로시간이 총 68시간이 되었으나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에 포함한다는 행정해석이 가능해짐으로써 68시간에서 16시간 이 제외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 증후군을 질병으로 규정하였고, 일부 국가에서는 의학적 진단용어로 도입하였다. 또한 재정 적인 보상과 재활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혹시 취업이나 승진에 문제가 생길까 정신병원은커녕 상담을 받는 것조차 꺼리고 있는 실태이다.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는 이에 대해서 이러한 사회적 폐해를 개인의 병리이자, 사회적 피해의 문제로 만 다룰 것이 아니라, 공중건강 과 위험관리라는 측면에서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정책개발 등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오랫동안 일한다고 하여 능사 가 아니다. 과도하게 일을 하다 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려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은 애초에 게으르게 일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무조건 빠르고 성 실하게 일할 것을 요구하는 사 회에서 현명하게 자신의 몸을 챙기는 자세가 요구된다.